쫓겨나는 입주자들

실리콘 밸리 아파트 렌트비가 폭등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 반만에 렌트비가 사이즈에 상관없이 390불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작년 한해만 235불 올랐다고 하니 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참고로 원베드룸 아파트 렌트비가 평균 2,500불 수준.

엔지니어들이야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거니 그 값을 치른다지만,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 곳-실리콘 밸리-에 엔지니어만 사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직업의 다양한 소득층이 사는데 당연히 피해자가 생기게 되는거다.

우리 동네에 박스라는 회사가 들어온다. 마운틴 뷰, 쿠퍼티노, 산호세 등지의 렌트비가 비싸고 포화 상태다 보니, 이 곳 레드우드 씨티까지 올라오는거다. 큰 회사가 들어오고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우리 동네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 건축이 한창이다.

보통 이런 신축 아파트가 들어오면 이상하게 오래된 아파트들도 렌트를 올린다. 동서부 집값이 비싼 곳들을 살면서 경험으로 배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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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대로, 이 동네 렌트비가 많이 오르는 것 같다. 오늘 수퍼마켓에 가면서 본 데모 행렬이다. 렌트 값을 올리지 말라는거고 법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왜 이렇게 렌트비가 많이 오르나 해서 봤더니 캘리포니아에는 주법이나 카운티법에서 렌트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시티 별로 하고 있고 그런 곳도 별로 많지 않다. 렌트 컨트롤은 한해 렌트비를 보통 몇 프로 이상 못 올리게 하는건데, 우리 같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법이다.

결국 이 동네에는 비싼 렌트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이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더 싼 곳으로 쫒겨나게 될 것 같다. 페이스북이 이스트 팔로 알토에 본사를 신축하기 위해 넓은 부지를 매입했다고 했다. 그 동네는 여기서 그나마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동네였는데 결국 거기서 쫓겨나게 되겠지.

여기도 빨리 렌트 컨트롤이 필요하다.

Scientist vs. Engineer

사이언티스트와 엔지니어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고민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교육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학부는 사이언티스트, 석사과정은 엔지니어, 그리고 박사과정은 사이언티스트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학부 때는 순수수학같은 멋진 학문을 하는 것도 아닌데, 사이언티스트라는 이름이 싫어서 전산과와 컴퓨터공학과가 합쳐질 때 내심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석사과정에서 납땜을 시작으로 뭔가 통찰력을 기를만한 기회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지내다 보니 다시 사이언티스트라는 아이덴터티를 가지고 싶어졌었다.

박사과정에서는 흐음…. 그 긴 인내의 시간 덕에 뭐든 큰 상관이 없었다. ㅋㅋ

지금 회사를 다니다보니, 내가 여기서 뭘 하든 엔지니어란 생각이 든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워낙에 시스템이 복잡해져서 그 속에 사이언티스트가 풀어야 할 문제가 정말 많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언티스트가 설 곳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프로젝트의 펀딩을 대주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서 시장논리에 지배를 받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그 연구를 통해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따지다 보면, 결국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나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기 보다는,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된다.

엔지니어의 삶이란, 제한된 환경 속에서, 어그러진, 곳에서 살 길을 찾아가고 개선해나가는, 뭔가 멋진 구석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