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위로

오늘 안과에서 무척 화가 났었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컨택렌즈를 맞추는 중인데, 새로 도착한 렌즈를 꼈는데 아무것도 안보여서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간호사(?)에게 말했지만, 렌즈는 주문한 대로 온거라는 대답을 할 뿐이었습니다. 고도근시이다 보니, 눈에 관련된 일에서는 많이 예민해집니다. 그래서 이후로 여러 검사를 하는 동안 기분이 나빴고, 화가 나기까지 했습니다.

의사가 들어오자, 저는 뭔가 잘못 된 것 같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의사는 여러번 시행착오가 있을거라고 설명해줬지만, 저는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미 RGP 컨택렌즈를 끼고 있고, 여러번 검사를 해서 새로운 종류의 컨택렌즈를 주문한건데,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서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다시 시력검사와 여러가지 검사를 한 뒤, 저는 의사에게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맞추기 아려운 거냐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의사는 웃으면서 그림을 그려서 설명해줬습니다. 간단히 적자면, 새로운 타입의 렌즈는 눈과 렌즈 사이에 solution 용액이 함께 시력교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눈과 렌즈 사이 거리에 따라서 교정시력 자체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이해가 되었고, 의사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왜 화가 났었을까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이해가 안되는 건 물어보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도근시는 제 컴플렉스입니다. 안경이나 렌즈 없이는 앞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잘 보이지 않을 때의 불안감은 아주 큽니다. 그리고 새로운 컨택렌즈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고 있었기에, 새로운 컨택렌즈를 끼고도 앞이 보이지 않자 많이 실망하고 좌절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에 불안감과 좌절감이 화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제게 필요했던 것은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위로였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

제 블로그를 가장 자주 들르시고 읽으시던 아버지께서 이 블로그를 읽지 못하시게 된지 일년에 다 되어 갑니다.

작년 수술 이후로, 언어와 다른 인지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습니다.

얼마전 몇달 만에 뵈었을 때는, 저를 알아보시지 못하는 듯하여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이제 병세가 더 악화되어 더이상 집에서 모실 수 없게 되었는데, 오늘 문득 이 블로그를 늘 봐주셨던 아버지가 참 많이 그립습니다.

Flatiron Flyer

요즘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그런데, 이게 나름 시외(?) 버스라 시간표를 보고 미리 가 있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저리가 없기도 하다.

어제는, 별로 바쁘지도 않은 일상속에 넋을 놓았었는지, 버스를 잘못 탔다.

내가 다른 버스를 탄 것을 안 순간, 등에서 한줄기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버스를 세워야 하나? 우버를 타야 하나? 다음 역에서 내려서 돌아가면 얼마나 걸리려나? 정말 여러가지 생각들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뭐, 다행히도, 어찌어찌하여 회사까지 도착했다.

습관적으로 원치 않은 일들이 일어났을 때,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소위 “사후분석”을 한다. 자신의 잘못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부터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접근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리석어 “후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내가 또 그 “정도” 밖에 안됨에, 후회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주성치 영화들

우연히 주성치 영화가 무료 스트리밍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작은 사람과 함께 봤다.

자막도 없는 원어(?) 였는데, 글쎄 작은 사람이 포복절도하는거다.

대~~~~바악.

그 영화가 무언고 하니……

아직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드물다는 월광보합 그리고 선리기연이다.

고백하자면, 내 인생영화 3위 안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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뭥미? 싶을텐데……

사실 주성치 영화에 대한 사랑은 꽤 오래 되었다.

특히나 주성치만의 희극이 참으로 재밌는데,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키는 그만의 기법과 이를 보는 관객의 카타르시스가 매니아 층을 형성케 했다고 해야하나?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지만 난 주성치의 이런 배우겸 감독으로서의 접근이 챨리 채를린과 아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난, 그런 관점에서의 주성치 영화 두개 더……

캬~ 이때의 장백지란……

그리고,

그리고 오늘 우연히 알게 됐는데,

주성치 형님 나랑 이름 한 끝 차이였다.

책 – 신경끄기의 기술

작년 겨울 서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책인데, 그 당시 적었던 노트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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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연한 “난 특별해” 내지는 “나도 성공할꺼야”라는 생각들, 혹은 무한경쟁에 대해서, 우리의 생각들이 얼마나 상업성 등에 의해서 강요된 것인지 꼬집는 부분이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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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수많은 부추김에 마음을 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