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기사

가수 신해철씨가 세상을 떠났다.
난 출장 중이었고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의 터프한 일정 덕분에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출장 보고와 아이디어 정리 그리고 밀린 일들…… 심지어 경비 정리까지 날 바쁘게 했다.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애도할 틈도 없네……

인형의 기사란 노래는 신해철씨의 곡 중에서 나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곡이다. 그만큼 많이도 들었고 좋아했고 벌써부터 그를 그립게 하는 곡이다.

실리콘밸리 답지 않게 비가 내렸다. 기분도 덩달아 추적 추적해진다. 오늘은 그의 떠남을 애도하는 시간을 더 가져야겠다.

괜찮아, 허약이야……

건강의 반대말을 찾아봐야 했다. 안 건강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아픈거다. 라임을 굳이 맞추기는 어렵지만 글자수 정도 맞추자면 허약이라고 해야겠다.

건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거고 허약은 힘이나 기운이 없고 “약한”거다.

육체적으로 아픈걸 뭐라고 하는 세대는 아닌 것 같다. 도움과 위로의 손길이 흔한 반응이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아픈 건 왜 아픈 사람을 건강 하지 못하다고 탓하는 분위기일까? 굳이 탓이 아니라고 해도 기피하는 분위기?

간혹 아픈 걸 뭐라 하는 것 같다. 정신 차리라고.

하지만 나도 마음이 허약할 수 있다. 괜찮은거다 허약한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괜찮아 허약이야.

그 많은 열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사짐을 풀면서 이제 참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와서 열번이 넘는 이사를 했고, 어떻게 보면 지겨울만도 하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아끼던 오디오를 정리하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어린시절 음악을 들을만한 여유가 없으셨던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꽤나 무리를 하셔서 오디오를 구입하셨고 나는 그냥 소리가 좋아서 자주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면서 컸다.
그렇게 나는 소리에 민감해졌고, 불필요하게 소리의 ‘질’을 알게 되었다. 유학와서 제일 먼저 한 것 중에 하나가 중고 오디오 시장을 뒤져서 쓸만한 소리를 내는 진공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대학원 어플리케이션과 병행한 일이었으니 나도 참 탐닉의 정도가 지나쳤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갖춘 오디오 시스템은 ‘지나치게’ 무거웠고 (보통 오래된 것들이 무겁다….. 오디오 계에선….) 아내는 내가 서부에서 동부로 이사할 때 오디오 포장을 돕다 무릎 인대를 다쳤다고 아직도 내 탓을 하고, 나도 마음이 쪼금 괴롭다.

그렇게 열번이 넘는 이사를 했고, 오디오 기기들을 쌌던 박스에 유리테이프가 원래 박스 만큼이나 견고하게 덧 입혀졌다. 그동안 이 과정들은 늘 선행되었고, 힘들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그게 힘들고 귀찮아졌다.

오디오 (소리가) 지겨워진건 아닌데, 그냥 내 안의 열정,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워닝사인이 들어왔고, 꽤나 씁쓸하다……

비오는 목요일……

베이 지역에서 생활한지 다섯달만에 처음으로 비가 내렸습니다. 심각한 가뭄에 반가운 일이네요.

아침일찍 서둘러 집에서 나왔는데도 목요일에 비까지 오니 차는 무지하게 막힙니다.

아직도 하루 여덟시간 일하는 것이 힘드네요. 오늘이면 일주일의 80프로가 지나간거라고 위로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Intern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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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름 인턴들이 그동안 연구내용들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리 그룹이 30명이 조금 넘는데 16명의 인턴을 뽑았으니 상당히 많은 인턴을 뽑은 셈이다. 사진 맨 왼쪽의 길게 뽑은 자라목을 하고 있는 친구는 케빈, 매주 같이 농구한 친구다.

7년전 동부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제대로 훈련되어 있지 않았고 팀에서도 나를 어떤 일을 시킬지 의견이 분분했으며 그나마 멘토는 중간에 회사를 옮겨버린 실패한 인턴 경험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기억들이 있고 아직도 생생하다.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던지라 그 기억에 달콤쌉싸름한 기분이 올라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저들은 어떻게 이 시선들을 기억할까?

아참 나도 7년전에 내가 한 일을 발표했었는데 그때 열심히 들어주고 질문들을 해준 직원들이 있었다. 물론 그 중엔 나를 깨는 사람도 있었고……. 지나고 보니 그런 사람도 이해가 되네…… 아무튼 난 최선을 다해서 듣고 질문하고 왔다

죽지 못해 산다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된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들은 대답이다.

요새 여러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지만 내문제에만 매몰되어 있기에는 걱정이 되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아직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고 신분문제, 진로의 문제, 그리고 연애와 결혼의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수년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고, 이제는 많이 지쳐서 아니 너무 많이 지쳐서 이젠 목소리에도 힘이 없고 그런 대답이 나온 것 같았다.

 

— 친구 삐

미국와서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고, 늦은 나이에 주경야독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 이제 취직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처가. 매달 꽤 큰 금액의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아내와 둘이서 번 돈이 어디로 간지 흔적도 없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엄청 깨지고 집에 돌아와 아내가 일하러 간 사이 농구하러 나가는데 천둥번개가……

표현은 안 하지만 힘들어하고 있다

— 로빈 윌리엄스

어제 로빈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처럼 따뜻한 감동을 주는 배우는 많지 않았는데…… 아마도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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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잘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많이 힘들어하고 있거나 우울증 혹은 다른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단순히 힘내…… 다 잘될거야…… 아니면 왜 그렇게 약해 빠졌어? 뭐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까 싶다. 그렇다고 사는건 시련이야…… 라는 것도……

이승욱 씨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이 나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차라리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그 책들이나 추천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