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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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이 오늘 엄마에게 따졌다.

“다혜야, 그릇 치워~”

“엄마, 내가 밥 먹을 때, 엄마가 흘리면 내가 줍잖아?”

“응”

“근데, 왜 내가 먹은 그릇 엄마가 치우면 안돼?”

“응, 그건 엄마가 너 밥 먹여주다가 너가 흘린 걸 주우라고 한거니까, 니가 먹은 초코렛 접시도 니가 치워야지”

“응, 알았어”

비슷한 예로 작은 사람이 엄청 서럽게 울었던 일이 있었다.

“아빠 머리가 와서 내 다리에 부딪혔어~”

작은 사람에게 머리를 쎄게 맞고는 내가 아파했더니, 작은 사람이 서럽게 울었었다.

아이는 참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본다 ㅎㅎ

나쁜 아빠

오늘 새벽 아내가 일 때문에 잠시 집을 비우게 되었다. 수목금토 3박 4일의 일정이다. 이 말은 곧….. 수목금 아침에 작은 사람 등교(?)를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

오늘은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일어났다. 아침에 도시락을 싸고 아침을 챙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가장 어려운 파트는 옷을 입히고 아침을 먹이고 샤워를 하느냐, 아니면 샤워를 하고 이것들을 하느냐다. 왜나면 보통 작은 사람의 의상을 갖추고 (몇번씩 갈아 입혀야 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머리를 빗기다 보면 땀에 흠뻑 젖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작은 사람을 조금 더 자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씻어야 하고….. 이거슨…. 워떠한 복잡도의 계산보다도 어렵다. 답이 없으니까……

오늘은 그냥 땀범벅이 됐다. 엄마 보내고 잠든 모습에, 깨우기 뭐해서……

내가 꿈꾸던 아빠는 아침 햇살이 드는 부엌에서 맛있는 아침과 도시락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형편없는 아침과 도시락에 빨리 가야 한다며 재촉하는, 아직은. 나쁜아빠다.

작은 사람의 데이케어 적응기… (2) 할로윈 파티 편

-작은 사람의 할로윈 파티

벌써 3시 5분이네요. 오늘은 데이케어에서 할로윈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라고 해요.

아침에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드레스를 엄마가 챙겨뒀던데, 아마도 그 옷을 입고 자랑할 수 있는 날인 것 같아요.

“아빠~”

아빠가 왔으니 집에 갈 줄 알았는데, 아빠가 드레스를 입혀주네요.

아…. 퍼레이드를 시작하려고 하나봐요.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는 흰 바지를 벌써 입혀 버렸어요.

이건 꼭 벗어야 하는데!

아빠는 왠만해선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든요.  그럴 때는 땅바닥에 앉아서 떼 쓰는 전략을 써야 하죠.
이것도 안 통하면 땅바닥에 드러 눞는게 제일 좋아요.

결국 땅 바닥에 드러 누워서 흰 바지를 벗겨 냈어요. 아빠는 참 센스가 없어요. 공주 패션은 이쁜 다리가 포인트인데 말이죠.

 

둘러보니 오늘 내 패션을 따라갈 친구는 없는 것 같아요. 훗…. 역시 오늘 드레스는 마음에 들어.

3시 30분. 엄마가 왔어요.

퍼레이드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시각이니 오늘은 별로 떼 안쓰고 넘어가 주기로 해요.

“내 패션 어때요?”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어요. 공주 패션에 점퍼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엄마 아빠 모두 내가 땅바닥에 드러눕기 까지 했는데, 안 통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흥, 치!”

아쉬운 대로 엄마한테 안겨 있기로 해요.  친구들처럼 줄 서서 따라가는 것 보다 엄마한테 안겨 있는게 훨씬 좋아요. 물론 엄마는 나를 안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한번만 울면서 “아야줘~ ” 하며 팔을 벌리면 엄마는 쉽게 넘어오는 편이에요. 역시 엄마한테는 기술이 잘 먹혀요 . 엄마는 참 쉬워요. 말도 잘 듣고. ㅋㅋ

아빠가 오늘따라 사진을 많이 찍네요. 훗… 귀여운 건 알아서. 이럴 땐 한번 쯤 웃어주면 하루가 편하죠.

이상해요. 퍼레이드가 끝난 것 같은데, 집에 가서 엄마 옆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싶어요.

‘간식 준비?’

선생님들이 간식 준비를 하네요. 아마 간식을 먹고 집에 가려나 봐요.

아무튼!

엄마가 통 안아주질 않아요.

나의 “아야줘~ ” 필살기가 통하지 않다니……. 대략 난감해요.

계속 앉아서 친구들과 아이들 식탁에서 간식을 먹으라고 하네요.

다른 기술을 써봐야 겠어요.

‘이거 정말 이상한데?’

‘왜 내 말을 안 들어주지?’

…….

할 수 없어요.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아직도 엄마, 아빠를 컨트롤 하기에는 내공이 모자른 것 같아요.

‘아…. 억울해.’

‘하루 하루 수련을 더 쌓을 수 밖에……’

그래도 여기서 다 물러설 수는 없어요.

계속해서 짜증과 울음으로 나의 패배를 숨겨야 하죠.

그렇지만, 쿠키는 챙겨야 하겠죠?

 

오늘은 엄마 아빠가 모두 학교에 와서 같이 있어준 재밌는 날이었어요.

그리고 엄마 따라서 추릭 올 추릿뜨 한 것도 재밌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이 아땅을 많이 먹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