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의 데이케어 적응기… (2) 할로윈 파티 편

-작은 사람의 할로윈 파티

벌써 3시 5분이네요. 오늘은 데이케어에서 할로윈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라고 해요.

아침에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드레스를 엄마가 챙겨뒀던데, 아마도 그 옷을 입고 자랑할 수 있는 날인 것 같아요.

“아빠~”

아빠가 왔으니 집에 갈 줄 알았는데, 아빠가 드레스를 입혀주네요.

아…. 퍼레이드를 시작하려고 하나봐요.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는 흰 바지를 벌써 입혀 버렸어요.

이건 꼭 벗어야 하는데!

아빠는 왠만해선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든요.  그럴 때는 땅바닥에 앉아서 떼 쓰는 전략을 써야 하죠.
이것도 안 통하면 땅바닥에 드러 눞는게 제일 좋아요.

결국 땅 바닥에 드러 누워서 흰 바지를 벗겨 냈어요. 아빠는 참 센스가 없어요. 공주 패션은 이쁜 다리가 포인트인데 말이죠.

 

둘러보니 오늘 내 패션을 따라갈 친구는 없는 것 같아요. 훗…. 역시 오늘 드레스는 마음에 들어.

3시 30분. 엄마가 왔어요.

퍼레이드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시각이니 오늘은 별로 떼 안쓰고 넘어가 주기로 해요.

“내 패션 어때요?”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어요. 공주 패션에 점퍼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엄마 아빠 모두 내가 땅바닥에 드러눕기 까지 했는데, 안 통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흥, 치!”

아쉬운 대로 엄마한테 안겨 있기로 해요.  친구들처럼 줄 서서 따라가는 것 보다 엄마한테 안겨 있는게 훨씬 좋아요. 물론 엄마는 나를 안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한번만 울면서 “아야줘~ ” 하며 팔을 벌리면 엄마는 쉽게 넘어오는 편이에요. 역시 엄마한테는 기술이 잘 먹혀요 . 엄마는 참 쉬워요. 말도 잘 듣고. ㅋㅋ

아빠가 오늘따라 사진을 많이 찍네요. 훗… 귀여운 건 알아서. 이럴 땐 한번 쯤 웃어주면 하루가 편하죠.

이상해요. 퍼레이드가 끝난 것 같은데, 집에 가서 엄마 옆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싶어요.

‘간식 준비?’

선생님들이 간식 준비를 하네요. 아마 간식을 먹고 집에 가려나 봐요.

아무튼!

엄마가 통 안아주질 않아요.

나의 “아야줘~ ” 필살기가 통하지 않다니……. 대략 난감해요.

계속 앉아서 친구들과 아이들 식탁에서 간식을 먹으라고 하네요.

다른 기술을 써봐야 겠어요.

‘이거 정말 이상한데?’

‘왜 내 말을 안 들어주지?’

…….

할 수 없어요.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아직도 엄마, 아빠를 컨트롤 하기에는 내공이 모자른 것 같아요.

‘아…. 억울해.’

‘하루 하루 수련을 더 쌓을 수 밖에……’

그래도 여기서 다 물러설 수는 없어요.

계속해서 짜증과 울음으로 나의 패배를 숨겨야 하죠.

그렇지만, 쿠키는 챙겨야 하겠죠?

 

오늘은 엄마 아빠가 모두 학교에 와서 같이 있어준 재밌는 날이었어요.

그리고 엄마 따라서 추릭 올 추릿뜨 한 것도 재밌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이 아땅을 많이 먹으면 좋겠어요.

작은 사람의 데이케어 적응기… (1)

이제 작은 사람이 데이케어에 다니기 시작한지 몇 주가 지났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거의 하루 종일 있다가 집에 옵니다.

여전히 아침에 작은 사람을 떼어 놓고 오는 건 무척 힘들어요.

작년 추수감사절에 찍은 사진만 봐도 완전 어렸는데, 이제는 학교(?)도 가고 참 빨리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목요일에는 환타스띡 피트니스(?)인가 하는 무슨 클래스를 듣는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기마 자세를 열심히 취합니다. 태권도를 가르치는 건 아닌가 싶네요.

지난 한 주 잘 보내는 것 같더니만……..
작은 사람을 데려온 아내의 모습이 뭔가 이상합니다.

작은 사고가 있었다고 하네요.

작은 사람이 클래스 메이트를 깨물어서 사건 경위서(?) 같은 서류에 싸인을 하고 경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예전에 너무 기분이 좋을 때, 엄마 볼을 깨무는 일이 있긴 했었는데, 친구에게 공격용(?)으로 기술을 쓰셨다고 하니 충격입니다.

학교 선생님 말로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고 야단치는데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하네요.

당연하죠… 작은 사람은 영어를 못하니까요…ㅡㅡ;

동영상으로 깨물면 안된다는 내용이 없나하고 찾아봐도 없더라구요.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만화를 봤던게 효과가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그 일 이후로 부쩍 작은 사람이 등교 거부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엄마, 아빠 다 학교 가고 본인은 집에 계시겠다고 말이죠……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 친구 볼을 깨물었다고 하는게, 뭔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다신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아참…

지난 주에 버지니아 쇼핑몰에 갔더니 비빔밥 집(!) 이 있더라구요. 다음에 꼭 먹어봐야 겠습니다.

작은 사람 걱정하다 끈금없이 먹을거 생각하는 제가 웃기네요..ㅋㅋ

작은 사람과 즐거운 시간들….

엄마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