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열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사짐을 풀면서 이제 참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와서 열번이 넘는 이사를 했고, 어떻게 보면 지겨울만도 하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아끼던 오디오를 정리하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어린시절 음악을 들을만한 여유가 없으셨던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꽤나 무리를 하셔서 오디오를 구입하셨고 나는 그냥 소리가 좋아서 자주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면서 컸다.
그렇게 나는 소리에 민감해졌고, 불필요하게 소리의 ‘질’을 알게 되었다. 유학와서 제일 먼저 한 것 중에 하나가 중고 오디오 시장을 뒤져서 쓸만한 소리를 내는 진공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대학원 어플리케이션과 병행한 일이었으니 나도 참 탐닉의 정도가 지나쳤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갖춘 오디오 시스템은 ‘지나치게’ 무거웠고 (보통 오래된 것들이 무겁다….. 오디오 계에선….) 아내는 내가 서부에서 동부로 이사할 때 오디오 포장을 돕다 무릎 인대를 다쳤다고 아직도 내 탓을 하고, 나도 마음이 쪼금 괴롭다.

그렇게 열번이 넘는 이사를 했고, 오디오 기기들을 쌌던 박스에 유리테이프가 원래 박스 만큼이나 견고하게 덧 입혀졌다. 그동안 이 과정들은 늘 선행되었고, 힘들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그게 힘들고 귀찮아졌다.

오디오 (소리가) 지겨워진건 아닌데, 그냥 내 안의 열정,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워닝사인이 들어왔고, 꽤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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