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잡인터뷰, 졸업논문 그리고 부모님께서 잠시 와 계시는 이유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교수님과 졸업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정도 (선채로…) 하고 난 데다가, 날씨까지 갑자기 더워져서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같이 농구를 하던 친구가 무릎 전/후방 인대가 되는 사고가 있어서 최근에 룸메이트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로 집 앞에 짐을 다니기 시작한 터라, 조금 피곤했지만 다녀 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줄넘기와 에어로빅(?) 같이 열량을 많이 소비하기 위한 클래스에서 잘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상체를 팔로 지지한 채로 다리 운동을 하는 게 있었는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따라하다가 다리의 반동을 왼쪽 어깨가 견디지 못하고 빠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어깨가 잘빠져서 수술한 적이 있었습니다 . 보통은 별 문제 없이 제가 해결(?)하는데요. 어제는 왠 일인지 어깨가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어깨가 빠지면 심한 통증이 생기는데요, 이게 시간을 끌게 되면 참기 힘들 정도로 아파옵니다.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곤 코치와 옆에 같이 수업을 듣던 사람 한,둘이 와서 도와주려고 합니다. 제가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곤 계속 노력해 보았는데, 잘 안되더군요. 결국 코치가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저를 벤치에 앉히곤 어깨를 넣어주려고 애를 씁니다. 통증이 더 커져 가더라구요. 그리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바닥에 누워 있고, 레스큐와 수강생 중의 의사 두명이 제게 정신이 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았습니다. 괜찮다고 이제 통증도 가셨다고 이야기하고 앉으려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합니다. 그 땐 몰랐는데, 이미 엠뷸런스가 와서 레스큐가 제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보니 저는 들것에 누워 있고, 앰뷸런스로 옮겨졌습니다.
앰뷸런스의 뒷 창문으로 짐을 떠나서 집 근처의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아…. 내가 몸이 많이 약해졌구나…” 나름대로 통증도 잘 참는 스타일이라고 자부했는데, 이렇게 쉽게 정신을 잃다니 조금 한심스러워졌습니다. “하필이면, 부모님 와 계시는데 응급실 신세라니……” 룸메이트와 부모님께서 놀라실 걸 생각하니 많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참… 앰뷸런스와 그 들것이 차암~~~ 편하더라구요. 구름에 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차에는 에어 서스펜션과 들 것에도 쇽오브저버가 설치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도로위의 범프나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고 편하더군요…ㅋㅋ.
ER에 들어가서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9시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집에 와 있어야 할 시간이어서 급하게 아내에게 메세지를 보내려는데, 그 병원…. 전화가 안 터집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신호를 찾다가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이미 병원 근처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오고 있다고…… 에고…. 또 불효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깨 수술하고 두달간 침대에만 누워 있었을 때도 부모님이 참 많이 걱정하셨었는데……
아내와 아버지께 웃어 보이면서 미국이 과잉진료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잠시 어깨가 빠졌는데, 앰뷸런스까지 왔다고……. 아내도 아버지께서 걱정하실까봐 괜히 더 웃으면서 안심시켜 드립니다.
의사가 와서 별 것 아니라고, 통증이 심해지면 혈압이 낮아지고 그래서 잠시 out 될 수 있다고 설명해 줍니다. 저도 그런 것 같다고 쿨하게 나가게 해달라고 말하고, 쿨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어깨가 약한 부분인데 제가 요즘에 너무 잊고 지냈나 봅니다. 앞으론 조심해야 겠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가지 걱정이 밀려옵니다.
첫째, 아….. 의료비….. 앰뷸란스 출동하시면 장난 아니라던데……..
둘째, 아 x팔려…… 다음에 다시 짐에 가면 다들 수근거리겠지? 실신남? 떡실신? 영어로 뭐라 그러지? Mr. Out? ㅜㅜ 이거 정말 그나마 그 클래스에서 제일 수업도 잘 따라하고 몸매도 준수한 에이스였는데….. 하루 아침에 위로와 관심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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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gsn, 어떻게 많이 회복하셨는지요? 최근 육아일기는 잘 읽었습니다. 룸메이트가 많이 보고 싶어 하고 있어요. 네 뭐 겉만 보고 속을 알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 몸이 워낙에 외강내유 스따~일이라서요…. 제가 참 산모들 앞에서 번데기 주름을 잡고 있는거죠… 겨우 어깨 좀 빠진 것 같지구요… 정말 보고 싶네요.
웃으면 안되는데 마지막 부분….걱정이 되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인석간사님 어깨처럼 두껍고 든든해보이는 어깨도 빠지고 그러는군요. 건강관리 잘 하세요~!
원래 어제 가서 못 가져온 것 가지러 갈려고 했는데, 마침 어머니 생신이시라서 같이 밖에서 저녁 먹어서 못 갔어요. 오늘 가야할 것 같은데, 벌써 부터 초조해집니다….
크헉, 자고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랭이가 찢어진다고, 어떻게 앞의 수준들을 따라가야할 지 고민입니다…ㅡㅡ; 뭐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이 채워주시겠죠! ㅋㅋ
너무 죄송한 말씀이지만, 글 마지막 부분에 완전 빵 터졌습니다. 떡실신남 ㅋㅋ
안그래도 꿀꿀한데, 제게 잠시 기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석 gsn! 코스타에선 무리하지 마시구요. 빨리 잘 회복되시면 좋겠습니다.
“씰데없는 걱정”이라고 하죠….ㅋㅋㅋ
놔두면 안되는 몸이 되었다는 걸 안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그걸 고치는 과정도 쉽지 않네요. 곧 다른 분들 뵐 때 팔에 삼각건은 풀고 갈 수 있어야 할텐데요…..
전 인석씨 데리러 응급실에 가고 있는 도중에 왜 갑자기 Kosta 걱정이 되었을까요? ^^; 인석씨가 가서 짐날라야 하는데 어깨가 빠져서 어떻게 하나 하구요….
앰뷸런스 구경 참 잘했으니, 다음부터 타지 말아요~
허억…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인돌도 너무 몸을 막 다루지 말아야하는 나이가 되었는지도 몰라요. ^^
그만한게 다행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