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간 구체화시킨 아이디어가 2009년에 이미 논문으로 발표된 것을 보고 OTL(좌절)해서 표류중에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아직도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는 것은 그렇게 능동적인 선택만은 아니었습니다. 막상 회사에 나가려고 하니 아직도(!) 열심히 못 해 본 공부가 아쉽기도 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직업으로 좋아보이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하고 그 뿐만 아니라 뭔가 진리를 알아갈 것 같은 우아함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덥석 진학했죠. 2번이나 연속으로……
그런데 막상 그 길에 10년 가까이 몸을 담고 보니,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조금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으면 벌써 논문들이 다 나와 있고, 새로운 키워드가 뜬 다 싶으면, 사탕에 개미 모이 듯 논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게 자세히 보면 다단계, 피라미드 네트워크 판매랑 다를 바 없어서, 두목들은 엄청난 명예 혹은 수많은 citation들을 득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밑의 평민들은 두목들이 얻을 아이템을 만들어가며 열심히 고생해야 합니다.
정말 과장, 거짓말, 혹은 사기가 아닌 논문을 쓰려고 든다면 (일단 논문이 목적이 되는 것도 타락한 거죠……) 수많은 관련 논문들을 정말 열심히 읽고 자신의 아이디어의 맥락과 위치를 정확하게 잡은 다음에, 아무도 태클걸지 않을 정도의 첨단이면서도 보편화 된 (혹은 될) 방법론을 써서 결과물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무언가 의미있는 것이여야 하죠.
제가 상상했던 나무아래서 사과 한 입 베어물면서 논문을 쓰~윽 넘기며 여유롭게 음악과 함께 고상한 지식을 파는 생활과는 정말 다른 모습니다. 마치 백조가 그 우아함 뒤로 발에 땀나게 물 속에서 발길질 하듯이, 연구원은 다른 연구와 자신의 연구를 균형있게 볼 수 있도록 열심히 읽고, 실험하고 또 논리를 갈고 닦아야 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일생일대의 낚시질에 걸린 셈입니다. ㅋㅋ
두 분 힘내삼~
흠.. 12시부터 놀았다더니, 아니었군요… 밤에 일찍 자라니까요..ㅋㅋ
아..백조의 발길질 너무 공감해요. ㅋㅋ